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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와 정치
2018/02/09 13:2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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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벽두 우리를 찾아온 것은 김정은의 평창올림픽협상대표단과 가상화폐 열풍뿐만이 아니었다. 미세먼지도 요란스럽게 찾아왔다. 

연일 하늘이 희뿌옇다. 느닷없이 울리는 스마트폰의 긴급 재난문자 경고음, 친절하게도 서울시가 미세먼지의 방문을 알려주는 신호다. 하루가 아니고 며칠씩 미세먼지 경고음이 울렸다. 독감이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숨쉬기를 고통스러워했지만 감기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숨이 잘 넘어갔을까 싶다. 봄, 여름, 가을, 겨울만 있는 줄 알았는데 또 하나의 계절이 나타난 것 같다. 

직접 경험한 건 아니지만 1940년대에 남부 캘리포니아 하늘을 누렇게 물들였던 ‘LA 스모그’, 1952년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런던스모그’가 새롭게 부각된다. 공업화와 산업화가 그저 신나고 편리한 일만이 아니었음이 판명되었던 환경재난이었다. 석탄보일러에서 나온 연기가, 자동차 배기통에서 나온 매연이 그냥 없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서울을 덮은 미세먼지의 과학이 그 때 참사의 연장선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짐작하게 한다.

지방선거가 가까워서인가. 이번 미세먼지 사태는 정치를 불러들였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서울시의 미세먼저 저감 대책으로 재난 경보가 내려진 날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지하철, 버스) 무료 탑승 서비스였다.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게 해서 자동차 통행량을 줄여보겠다는 박 시장다운 실험이었다. 프랑스에서도 추진했던 방안이었으니 용기를 냈으리라. 이 정책 수행에 이틀 동안 서울시는 100억 원의 예산을 썼다. 

사방에서 포퓰리즘정책이라는 비난이 서울시에 쏟아졌다. 언론, 학계, 정치권에서 강도는 달랐지만 쓴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회미세먼지대책위원회나 정당의 회의 같은 공식 기구에서도 말이 많았지만 정치인들의 트위터도 작렬했다. 

주목되는 것은 6월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만한 정치인들이 여야 없이 비판대열에 선 것이다. 나경원 의원 등 한국당 정치인들이 날을 세우기도 했지만 민주당의 민병두 의원과 박영선 의원이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특이하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100억 원짜리 포퓰리즘을 중단하라”고 쏘아댔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포퓰리즘으로 몰아 비난하기에 딱 좋다. 비용계산은 너무나 간단하고 효과측정은 애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동차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을 선별해서 주는 혜택도 아니어서 그 정책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짐작됐기 때문에 비판자의 입장에서는 호재였다. 경쟁하는 정치인뿐 아니라 학계, 언론계 등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서울시의회의 같은 당 의원들도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예산규제를 벼르고 있는 판이다.       

시장선거에 어떻게 반영될지 모르지만 박 시장은 일단 작은 외상은 입은 것 같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정책을 계속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작년에 견주어 볼 때 미세먼지의 계절은 5월까지 계속될 것이니 정치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박 시장에게 공이 있다면 미세먼지 이슈와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점화시켜 놓았다는 것이다. 미세먼지의 원인을 놓고는 국산이냐 외국산이냐의 논쟁, 화력발전이냐 자동차매연이냐의 논쟁이 끊임없이 진행되어 왔다. 미세먼지의 원인이 중국이라는 식으로 아주 손쉽게 책임을 미뤄버리는 경향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배기가스가 햇볕과 작용하여 몸에 나쁜 광학스모그를 형성한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미세먼지대책에서 자동차 운행규제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제 미세먼지는 한국의 정치 어젠다에서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국가에너지 정책의 근본 틀을 바꿔가며 탈원전 탈석탄을 선언했고 그 가장 큰 이유를 국민안전과 건강을 내세웠다. 특히 초등학교의 ‘미세먼지 바로 알기’ 교실에 참가하여 미세먼지 저감 공약을 제시했을 정도다.

서울시 미세먼지 문제는 단순히 서울시의 정책으로만 해결하긴 힘들다. 적절한 정책이 필요하고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으로 자동차 운행 자제를 해줘야 한다. 또 행정적으로 경기도나 인천 등 주변 지연과 연계하여 미세먼지 대책을 세워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정치적 입장의 문제와 상호협력의 메커니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미세먼지 대책은 원인부터 대단히 복합적이고 해결 대안은 더욱 복잡하다. 원인에서 대책까지 하나하나가 시민 생활과 직결되어 있으며 많은 돈이 들어간다. 행정적으로도 미세먼지 대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조율과 협력이 절대적이고, 지방자치단체간의 협의도 긴요하다. 더 나아가 국제적으로 중국과 외교채널을 통해 미세먼지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올바른 해결책의 열쇠는 정치적 논쟁에 앞서 미세먼지의 실태 파악이다. 화력발전, 가정과 공장의 보일러, 자동차가 유발하는 미세먼지, 그리고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를 계절에 따라 정확히 계측하고 분석해야 한다. 과연 미세먼지를 담당한 국책연구소는 그동안 얼마나 성실히 미세먼지를 계측하고 국민에게 알렸는지, 과장과 생략은 없었는지, 적당히 추정해서 자료를 만들어 돌리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고 점검해야 한다. 

미세먼지의 계절, 즉 ‘제5 계절’에 대비해야 할 사람들은 자세도 달라야 한다. 
[ 정승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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